[STN스포츠(도쿄)=박재호 기자·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아쉬움보단 뿌듯함이었다. 사격 공기소총 10m에서 은메달을 딴 박진호가 ”후회 없는 재밌었던 경기“라고 소감을 전했다. 아내 양연주 씨도 ”내 남편인 게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박진호(44·청주시청)는 1일 일본 사이타마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SH1·척수 및 기타 장애) 결선에서 나타샤 힐트로프(29·독일)에 0.1점 뒤진 253.0점을 쏘며 아쉬운 은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30일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동메달에 이어 두 번째 메달이다.
아쉬운 경기였다. 박진호는 예선에서 총점 638.9으로 패럴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전체 47명 중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선두를 지키던 박진호는 22번째 총알이 9.6점을 기록하며 2위로 내려갔다. 이날 예선과 결선에서 쏜 84발 중 유일한 9점대 점수였다. 결국 남은 두 발에서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2위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경기 후 믹스트존에 나타난 박진호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영점도 일찍 잡혔고 컨디션도 좋았다. '한번 해보자'하고 집중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발을 실수했다”며 “그래도 할 수 있는 경기력을 다 선보인 것 같아 후회는 없다. 재미있었던 경기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22번째에서 9.6점을 쏜 후 심정은 어땠을까. 박진호는 “솔직히 나도 모르게 모니터로 눈길이 갔다. 모니터를 안 봐야 하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순위가 많이 떨어지진 않았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남은 거 해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메달을 땄던 첫날 경기보다 오늘 마음이 더 편했다. 제가 가진 기술들을 다 써보고 싶은 욕심뿐이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어린 시절 운동을 즐겨 체대에 진학했던 박진호는 25살이던 2002년 낙상 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재활 중 의사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고 병원에서 지금의 아내 양연주(40) 씨를 만났다.
양연주 씨도 남편과 같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며 충북장애인사격연맹 소속으로 사격을 배우고 있는 늦깍이 사격 선수기도 하다.
한국에서 남편 경기를 지켜본 양연주 씨는 전화 통화를 통해 ”너무 기쁘다. 남편의 첫 패럴림픽이었던 2016 리우 대회 때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메달을 못 따 아쉬웠다. 남편이 ‘어떤 메달이든 꼭 가지고 오겠다’고 했는데 벌써 은, 동 두 개나 따줘 고맙다. 남은 시합도 부담 없이 최선을 다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양연주 씨는 ”남편이 2002년에 사고가 났고 저는 2003년에 사고가 났다. 병원에서 만나 서로 의지하면서 2004년 연애를 시작했고 이듬해 결혼하게 됐다“고 러브 스토리를 전했다.
남편의 권유로 사격을 시작하게 됐다는 그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남편이 집에서 혼자 있지만 말고 건강을 위해 같이 하자고 해 시작했다. 아직 너무 신인이라 성적은 그냥 그렇다“고 했다.
양연주 씨는 남편에게 ”날도 덥고 부담도 많았을 텐데 지금까지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 내 남편인 게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이 말을 까먹을 뻔 했는데 너무 사랑한다“고 전했다.
박진호의 메달 도전은 계속된다. 오는 3일 R7 남자 50m 소총 3자세 SH1, 5일 R6 혼성 50m 소총 복사 SH1에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