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장애인 육상 작은 거인 전민재(44·전북장애인체육회)의 도쿄 패럴림픽이 마감됐다.
전민재는 1일 오후 7시 10분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0 도쿄패럴림픽 여자육상 100m(T36) 결선에서 15초 51, 8위를 기록했다.
도쿄패럴림픽 마지막 도전이었던 100m 결선 8번 레인에서 전민재는 투혼의 질주를 선보였지만, 예선보다 0.10초 밀리며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했다.
이 종목 세계신기록 보유자이자 이번 대회 200m에서 세계신기록(28초 21) 금메달을 딴 '중국 단거리 최강자' 스이팅(24)이 13초 61, 자신의 종전 세계신기록 13초 68을 0.07초 경신하며 2관왕에 올랐다. '2012년 런던 금메달리스트' 옐레나 이바노바(33·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가 14초 60로 은메달, '200m 은메달리스트' 대니엘 애치손(20·뉴질랜드)이 14초 62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민재는 경기 직후 크게 낙담한 표정으로 믹스트존(공동인터뷰구역)을 지나쳤다. 아쉬운 승부 속에 매 대회 '스마일 전민재'가 선물했던 손, 폰 편지를 꺼내 들 여유가 없었다.
전민재를 대신해 인터뷰에 응한 이상준 코치는 "아침에 예선 뛴 것보다 결과가 안 나왔다. 선수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200m 부진의 영향도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3년 후인 2024년 파리패럴림픽 출전에 대해서 이상준 코치는 말을 아꼈다. "선수에게 대놓고 물어보기 조심스러운 문제이기도 하고, 부담이 될까 싶어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냥 우리끼리 오가는 이야기로 선수의 컨디션을 볼 때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까지는 가능하지 않겠나 이야기는 나누고 있다. 하지만 선수가 직접 출전하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전민재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여자 장애인 육상 레전드다. 31세 때인 2008년 베이징 대회에 첫 출전한 이후 2012년 런던 대회에서 100m-200m 은메달, 2016년 리우 대회에서 200m 은메달 등 2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육상 스탠딩 선수로는 유일한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다.
20~30대 어린 선수들이 거침없이 치고 올라오는 세계 장애인 여자 단거리 육상계에서 지난 20년간 월드클래스를 유지해온 유일한 한국 선수, '1m 49의 작은 거인' 전민재의 도쿄 마지막 레이스는 메달, 순위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