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대한민국 육상 '간판' 유병훈(49.경북장애인체육회)이 마라톤을 마지막으로 2020 도쿄 패럴림픽 일정을 마쳤다.
유병훈(스포츠등급T53)은 5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올림픽스타디움)에서 출발한 마라톤에서 1시간 41분 44초로 14위를 기록했다.
유병훈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뒤 "패럴림픽 마라톤에 처음 도전해 완주까지 했다. 한국선수로 경험치를 만든 부분은 만족스럽다"라고 했다.
'전천후 철인' 유병훈은 이번 대회에서 단거리와 장거리를 가리지 않고 힘껏 달렸다. 자신의 기록은 경신했지만, 메달권엔 근접하지 못했다. 100m는 예선 6위(15초37), 400m는 예선 2위(49초29), 결선 7위(50초02), 800m는 예선 6위(1분41초55)로 경기를 마쳤다.
유병훈이 성적과 별개로 여러 종목에 출전한 이유는 육상 홍보와 활성화에 있다. 그는 "육상은 비인기 종목이다. 비장애인 육상도 마찬가지다. 젊은 층이 육상은 힘든 종목이라 생각해 도전하는 이가 별로 없다. 신인 선수들은 대회 참가의 기회도 적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국제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이유다. 그게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비록 좋은 결과를 만들진 못했지만 육상 후배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자극을 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유병훈은 육상의 매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육상은 기록경기다. 상대와의 경쟁보다 내가 원하는 기록에 얼마나 도달하는지가 관건이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큰 매력이다. 기록이 안 좋으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거다. 강인한 멘털을 가지는 게 육상의 가장 큰 매력이다"라고 했다.
육상은 올림픽, 패럴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있다. 우리나라는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김규대, 전민재, 조기성 등 정상급 선수가 나왔지만 여전히 선수층이 얇다. 27년 차 선수인 유병훈은 한국 육상 발전을 위해 개인별 훈련 및 지역별 상시훈련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는 "개별화 된 훈련이 휠체어 육상의 국제적 추세다. 팀에 대한 일괄지원이 아닌 개별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별로 특성화 된 선수가 있으면 그 지역에서 상시 훈련을 한다. 대표팀 소집 이후에도 그런 방식으로 기량을 유지한다"라고 했다.
육상뿐 아니라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한 여러 선수가 같은 내용을 호소한다. 대표팀 훈련의 장점은 분명하지만, 그 외 기간의 훈련이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유병훈도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지난해부터 경기장이 폐쇄되며 준비를 많이 못했다. 대표팀 소집이 늦고 기간도 짧았다. 다른나라 선수들은 코로나19인데도 패럴림픽에 걸맞은 상태로 출전한 점에 놀랐다"라고 했다.
이번 도쿄 대회 육상 종목엔 유병훈과 전민재(44·T36) 두 선수가 출전했다. '작은 거인' 전민재는 100m와 200m에서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메달에 도전했지만 3연속 메달 획득을 이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