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세계태권도연맹(WT)의 조정원 총재가 약자를 돕는 것이 태권도 정신이라며 아프가니스탄 선수의 패럴림픽 출전을 도운 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정원 총재가 태권도의 패럴림픽 정식종목 채택 후 첫 무대인 2020 도쿄패럴림픽을 찾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태권도는 그동안 패럴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1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집행위원회에서 도쿄 대회 22개 종목 중 하나로 선정됐다.
조정원 총재는 “감개무량하다”는 소감을 전하며 “꿈이 현실이 돼 기쁘다. 숙원이었다. 이제 태권도는 올림픽, 패럴림픽에 모두 정식종목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와 함께 "WT 가맹 210개국 숫자와 비교하면 세계적인 (장애인태권도) 수준은 아직 미비하지만, 패럴림픽 이후 붐이 일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은 이번 패럴림픽 태권도에 출전한 유일한 한국 선수다. 패자전을 거쳐 동메달을 노린다.
조정원 총재는 “주정훈 선수의 첫 경기를 봤지만 아무래도 경험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대한민국이 뒤늦게 출발한 것 같지만 우리가 좀 더 관심을 보인다면 2024 파리패럴림픽에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종주국의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르 높였다.
조정원 총재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선수 자키아 쿠다다디(23)와 관련이 있다.
지난달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쿠다다디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발길이 묶였다.
쿠다다디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IPC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도쿄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WT와 현지 사정에 밝은 태권도계 인사들이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원 총재는 "WT는 어떤 단체들보다 앞장서서 난민, 어려운 국가의 선수들을 지원하는데 최전선에 섰다. 2016년 태권도박애재단을 설립했고, 태권도 케어스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하며 각지에 있는 난민, 유소년에게 태권도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쿠다다디 선수와 육상 선수(호사인 라소울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봤다. 특히 태권도 선수가 포함돼 있었다"며 "그들이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쿠다다디 선수가 '꼭 출전하고 싶다'는 동영상을 올렸는데 우리의 역할은 작은 부분이었지만 기꺼이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쿠다다디가 경기를 치른 2일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은 조정원 총재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에 WT는 쿠다다디에게 그의 이름을 새긴 연맹 블랙벨트를 선물로 건네며 화답했다.
조정원 총재는 "쿠다다디 선수는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다. 나이는 어리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라며 "어린 선수가 고통, 고뇌, 긴 여정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적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고 격려했다.
이어 "태권도 정신이라는 게 약자를 돕고, 평화를 인식시켜주는 일이라고 본다면 당연히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좋은 이미지를 만든다면 대한민국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정원 총재는 다음 달 화상으로 진행될 총재 선거에 단독 출마했다. 사실상 2025년까지 세계 태권도를 이끌어 갈 게 유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