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대한민국 태권도를 대표해, 다음 경기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주정훈은 3일 오전 10시30분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태권도 -75㎏급(K44) 16강 첫 경기에서 '세계 5위 유럽 강호'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에게 31-35로 석패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 이어질 패자부활 8강전에서 다시 메달 도전에 나선다.
두 살 때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새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잃은 주정훈은 초등학교 2학년때 부모님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했다. 비범한 재능으로 비장애인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주변의 과도한 시선에 상처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의 꿈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꿈이 다시 살아났다. 2017년 12월 태권도복을 다시 입었고 올해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아시아 선발전을 1위로 통과,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날 주정훈은 1회전 39초만에 이살디비로프에게 몸통차기 선제 2점을 내줬지만 이후 잇달아 3번의 몸통차기에 성공하며 6-2로 앞서나갔다. 전광 석화같은 180도 돌려차기로 3점을 받으며 11-4까지 앞서나가자 "대한민국 태권도 파이팅!" 응원이 터져나왔다.
1회전을 11-9, 2점 앞선 채 마쳤다. 그러나 2라운드 상대의 거센 공세에 고전했다. 13점을 내주며 17-22, 5점 뒤진 채 3회전을 시작했다. 3회전 시작과 함께 환상적인 180도 돌려차기가 잇달아 작렬했다. 순식간에 23-24, 1점 차로 따라붙었다. 종료 10초를 남기고 31-32, 1점 뒤진 상황에서 몸통 발차기를 시도했지만 전자호구는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의 마지막 공격이 성공하며 31대35, 석패했다.
주정훈은 경기 후 "상대의 돌려차기가 그냥 갖다 댔다 생각했는데 전광판에서 득점이 인정됐다는 소리가 들리더라. 안 맞았다고 얘기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멘탈이 살짝 흔들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마지막 버저가 울리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주정훈은 "3회전 마지막 10초를 남기고 1점 차로 뒤질 때도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했다"고 했다. "오른발로 두 번 차서 4점을 뽑겠다고 생각했다.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대한민국 장애인 태권도 유일의 태극마크, 패럴림픽 1호 선수 주정훈은 "대회 오기 전부터 '태권도 종주국인데 왜 혼자냐', 5월 쿼터를 따기 전에는 '왜 못가냐'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외국 선수들은 패럴림픽 채택 전부터 오랫동안 태권도를 해왔다. 선수층도 두텁다. 저도 1년 전에 들어와서 준비했지만 우리나라는 비장애인 선수들보다 많이 늦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선수층이 더 두터워지고, 훈련 육성도 하고, 경기도 많아지면 파리 대회엔 더 많은 선수들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정훈은 첫 경기에서 패배하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패자부활 8강전이 남아있다.
주정훈은 "남은 경기 더 열심히 잘해서 지는 일 없도록 하겠다. 진 것은 잊고 다음 경기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