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생 남자 파라 카누 김범식(인천)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 도쿄패럴림픽까지 바라보는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범식은 8일 경기 하남에 위치한 미사리경정공원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카누 남자 200m 스프린트 KL3 종목에서 1분28초83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1분29초93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한 황승오(경남)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범식과 황승오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라이벌’이다. 이전까지 황승오가 우세했지만 체전에서는 김범식이 마지막에 웃었다. 황승오가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지만 김범식을 따라잡지 못했다.
김범식은 “예상치 못한 금메달이라서 더 기쁘다. 몸이 불편한데도 열심히 운동해서 이렇게 상까지 받으니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난다”면서 “황승오 선수한테 미안한 느낌도 든다. 원래 그 친구가 기술적으로 앞서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정이 아닌 일반 배로 경기가 펼쳐졌고, 난 배의 특성을 알고 마지막에 배가 들리는 것을 노로 잡았다. 그 점이 유리했던 것 같다. 경기정으로 하면 내가 몇 초 더 늦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이번 장애인체전에서는 32회 대회 이후 8년 만에 개최 종목을 확대했다. 선수부에서는 카누, 트라이애슬론이 전시종목으로 신설된 것.
파라 카누는 2016년 리우패럴림픽과 2020년 도쿄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파라 카누 저변 확대 및 국내종합대회로 기량 점검, 선수 발굴을 위해 이번 장애인체전에서도 새롭게 추가됐다.
이에 김범식도 “카누 불모지에서 체전 전시종목으로 채택된 것만으로도 기뻤다. 경기정을 탔으면 더 멋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료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더 알려야 했고 특히 장애인들이 물을 접하는 것이 처음에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배를 쓴 것 같다. 빨리 정식종목으로까지 채택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독일 유학파’이기도 한 김범식은 학원 선생님이다. 비장애인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카약·카누를 접하게 됐다. 그는 “카누를 시작한지는 만 7년 이상이 됐다. 처음에는 급류에서 카약을 많이 탔고, 여기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도움도 많이 받았다. 어떻게 보면 파라카누의 1세대다. 다른 선수들보다 좀 더 빨리 카누를 시작했기 때문에 사명감도 있다. 선수들 중에서 나이도 제일 많다. 2, 30대 어린 선수들도 빨리 나와서 함께 뛰고, 우리보다 더 좋은 기량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며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파라카누 스프린트는 말 그대로 속도, 기록이 중요하다. 0.1초를 단축하는 자체가 짜릿하다”고 덧붙였다.
김범식은 도쿄패럴림픽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올림픽이 목표였다. 올해 국제대회에 참가해보니 분명 유럽 선수들과 비교해 피지컬, 체력 등에서 불리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이웃 국가들을 불과 1년 만에 동등한 경기를 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내년 5월 독일 대회에 도쿄행 티켓이 남아있다. 겨울에 체력과 기술 훈련을 통해 독일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며 힘찬 포부를 남겼다.
김범식은 황승오가 있어 든든하다. 그는 “좋은 동료이자 좋은 상대다. 국내에서는 둘이 경쟁하지만 세계무대는 다르다. 앞으로도 꾸준히 격려하면서 함께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같은 날 남자 200m 스프린트 KL1 결승전에서는 이동렬(서울), 김광현(전남), 이선욱(세종)이 각각 금, 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KL2 결승전에서는 온윤호(울산), 최기범(경기), 전상현(강원)이 차례대로 결승선을 통과해 메달을 목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