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들의 올림픽인 제19회 발테리나 동계 데플림픽이 13일 이탈리아 발테리나 손드리오시 주세페 가리발디 광장에서 열린 개회식으로 열흘 간의 열전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하루 전인 12일 컬링 종목이 먼저 시작한 가운데 이번 개막식은 한 시간 반 가량 영하의 날씨에 야외 광장에서 진행됐음에도 데플림픽을 향한 선수단의 열정과 환호 속에 뜨겁게 진행됐다.
지난 대회인 러시아 한티만시스크데플림픽에 비해 규모가 커진 이번 대회는 33개국에서 1000여명이 참가했다. 스웨덴, 스위스 등 대표적인 동계스포츠 강국부터 몽골, 네팔, 카자흐스탄 등 선수단 입장이 개최국 이탈리아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알레산드로 사무엘리 데플림픽 조직위원장이 “이탈리아에 온 국가들 모두 환영한다”며 “좋은 경기를 치르기 바란다”고 환영했다. 가귀도 제인키아 이탈리아 농아인스포츠연맹 회장은 “국제농아인올림픽위원회(ICSD)가 이탈리아에서 이번 데플림픽을 열길 요청해 농아인스포츠이 발전을 위해 요청을 수락했다”며 “농인도 모두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번 대회를 ‘우리는 기회가 필요하다(We need a chance)’ 주제로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첸캉 ICSD 회장 또한 “지금까지 동계데플림픽을 18회 치르며 이 자리에 섰던 농아 스포츠인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이번 대회가 농아인의 포부를 보여주는 대회로 우리의 훌륭한 역사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2026년 밀라노에서 동계 올림픽을 준비 중이기도 한 이탈리아는
모든 축사 및 격려사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든 발언이 수어로 동시통역돼 전달됐다. 화면에는 국제수어와 이탈리아수어를 전하는 수어통역사 둘이 보였고 수어를 구사할 줄 아는 연사의 경우 직접 입과 손으로 동시에 말했다. 청각장애인의 행사라고 조용히 진행됐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격려사가 끝날 때마다 박수로 화답하던 농인들은 개회기를 게양하고 성화봉송이 완료됐을 때 환호가 최고조에 올랐다. 이들은 개회식장에 같이 온 동료 및 오랜만에 국제대회에서 만난 해외 선수들과 인사하며 축제의 기쁨을 느꼈다.
이날 마지막 식순으로 진행된 축하공연은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공연보다 시각적인 요소가 두드러졌다. 네온조명이 들어오는 훌라후프, 곤봉 등 기구나 불을 들고 등장한 댄서들은 드럼과 베이스 소리가 강한 음악에 맞춰 안무를 보였다. 쿵쿵 울리는 소리가 강한 배경음악을 사용해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도 진동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공연 중간에 이탈리아 농아인스포츠연맹과 ICSD 로고를 표현해 박수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4개종목 50명의 선수단이 출전한 한국은 13일 이탈리아 산타 카테리나의 피스타 시 디 폰도 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크로스컨트리와 마데시모의 치르콜로 아치아토리 마데시모에서 열리는 컬링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